아카데미 히로인들의 구원을 관뒀습니다-66화 미리보기 (2024)

  • 아카데미 히로인들의 구원을 관뒀습니다-66화 미리보기 (1)

    EP.66 마나석

    콰직.

    내 검이 펠리체를 향해 달려들던 고블린의 미간 사이를 향해 날아가, 놈의 머리통을 박살냈다.

    내가 무심코 그녀를 쳐다봤을 때.

    펠리체는 어째서인지 나를 빤히 바라보는 중이었다.

    “허, 헉…”

    그녀가 놀란 숨을 내뱉는다.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루, 루이… 고맙…”

    “야, 정신 안 차리냐?”

    촤악.

    나는 고블린의 머리통에 박힌 검을 빼들며, 그녀에게 날카롭게 말했다.

    “전투 중에 뭐 하는 건데.”

    “미안하다…”

    “왜, 고블린 따위는 무시해도 될 것 같아? 그래서 그런 거야?”

    그녀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던 것일까.

    내가 아는 그녀는, 적이 아무리 하잘것없더라도 이렇게 방심을 하는 성격은 아닌데 말이다.

    “…조심해라.”

    나는 그냥 그렇게만 말했다.

    펠리체가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고맙…”

    “다 처리했다!”

    펠리체가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한 것 같지만.

    마침 수풀 속에서 스승님과 아이네가 나타났다.

    “…무슨 일 있었느냐?”

    무언가 분위기가 어색한 것을 눈치채기라도 한 것인지.

    스승님이 조심스레 묻는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참, 놓친 놈은 없습니까?”

    “당연하다, 제자야!”

    그녀가 당당하게 말한다.

    기척을 탐색하고 쫓는 일에 있어서, 여기에 스승님보다 뛰어난 이는 없으니.

    스승님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겠지.

    나는 둘의 모습을 재빨리 훑었다.

    다행히도, 둘 다 딱히 다친 모습은 아니었지만.

    혹시 모르니 나는 아이네에게 물었다.

    “아이네, 괜찮아? 설마 겨우 고블린 잡으면서 다친 건 아니지?”

    “읏! 저, 저를 뭘로 보는 건가요! 멀쩡합니다!”

    내 농담에 아이네가 발끈한다.

    “잠깐, 제자야.”

    “예?”

    “왜 나한테는 괜찮냐고 안 물어보느냐?”

    뭐랄까.

    지금 스승님의 모습은… 약간 삐진 것 같다만.

    ‘뭐, 당연히 기분 탓이겠지.’

    설마 아이네한테만 물어봤다고 스승님이 삐질 리가 없지 않은가.

    아무튼, 나는 대답했다.

    “글쎄… 겨우 고블린을 상대하는데, 오히려 스승님한테는 괜찮냐고 물어보는 게 실례 아닙니까?”

    “아, 그런 것이더냐.”

    그제서야 납득한 표정이다.

    사실 겨우 고블린을 상대하면서 한눈팔다가 자칫 위험해질 뻔한 사람도 있기는 하다만.

    나는 주변에 널린 시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시작할까?”

    나는 고블린 시체를 하나 붙잡고서는, 우선 놈의 오른쪽 귀를 잘라냈다.

    “다들 오른쪽 귀랑 마나석 챙겨서… 아, 방법은 알죠?”

    순간, 스승님과 같이 과제를 하러 온 것은 처음이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렇기에 그녀를 보며 물었지만.

    “당연한 것을 묻는구나, 제자야!”

    그녀가 고블린 시체 하나를 집어 들더니, 능숙한 손길로 해체를 시작했다.

    원래 이런 마수 토벌에서는 증명을 위해 오른쪽 귀를 잘라서 가지고 가는 것이 규칙이다.

    물론, 몇몇 마수의 시체는 굉장히 유용하게 쓰인다.

    가죽, 뼈, 피, 살, 눈알, 장기 등등… 상급 마수의 경우에는 엄청난 효과가 있다.

    그런 덕에 값도 굉장히 비싸고 말이다.

    그러니 모험가들은 굳이 오른쪽 귀를 잘라낼 것 없이 통째로 들고 가는 경우도 많지만.

    그거야 내가 저번에 놓친 가고일 같은 마수의 경우고, 이런 고블린 따위의 시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렇기에 이런 마수의 경우, 통째로 들고 가지 않고 편하게 오른쪽 귀만 잘라서 의뢰 완수를 증명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아카데미 측에서 지급받은 영상 녹화 아티팩트가 있기는 하지만.

    그 목걸이는 어디까지나 아카데미 쪽에서 우리의 과제 완수를 검사하기 위한 것이니 말이다.

    모험가 길드에서 따로 확인받을 방법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이 귀였다.

    아무튼, 나는 오른쪽 귀에 이어서 놈의 몸을 헤집어 마나석을 꺼냈다.

    “으으으…”

    역시, 이 짓은 여전히 싫다.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나도 많이 적응되기는 했지만.

    솔직히 21세기를 살아가던 현대인에게 있어서, 마수 시체를 헤집어서 마나석을 꺼내는 작업은 너무 끔찍했다.

    그래도 이게 다 돈인데, 안 할 수도 없고 말이다.

    아까 고블린의 시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했지만.

    딱 하나, 놈의 몸 안에 있는 마나석만은 예외다.

    마나석은 말 그대로 마나를 품은 결정.

    이건 모든 마수의 몸 안에 있다.

    그렇기에 아무리 하급의 마수라도, 잡았을 때에 아예 돈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고블린은 고블린답게, 몸 안에 있는 마나석조차 작고 품질이 하등했지만.

    마나석은 마수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광물의 형태로 자연에 존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마나석은 최고급의 품질로, 가격도 매우 비쌌고.

    대신 내가 방금 고블린에게서 얻은 작은 마나석이나, 저번에 레오 놈이 스크롤을 제작할 때에 사용했던 마나석 가루 같은 물건은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

    그러니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은 마수에게서 나온 마나석.

    품질이 좋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도, 아주 부자가 아닌 이상은 상급 마수에게서 나온 마나석을 사용한다.

    참고로 마나석과 비슷하게, 마나 대신 마기를 품은 결정도 존재하기는 한다.

    마왕의 마지막 침공이 수백 년 전의 일이었기에, 마기석은 이제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물건이었고.

    그런 물건을 마음대로 보유하고 있다가는 큰일 나지만 말이다.

    “여기는 전부 끝난 것 같습니다!”

    아이네가 외친다.

    그녀의 말대로, 나와 펠리체가 싸우던 장소 주변의 고블린들은 전부 처리가 끝난 후였다.

    “스승님, 나머지는…”

    “따라오거라!”

    스승님을 따라서, 우리는 숲 곳곳에 널브러진 고블린들의 시체를 하나씩 처리했다.

    “이게 마지막이니라!”

    “휴우, 힘들었다…”

    내가 중얼거렸다.

    엄살이 아니라, 진짜로 전투보다도 뒷처리가 더 힘든 것 같다.

    “그러면 이제 모험가 길드 건물로 가죠!”

    그리 외치고서, 우리는 숲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저번 둥지 조사 임무에서는 길드에 들르는 일 없이 바로 아카데미로 향했었다.

    아카데미에서 확인을 하고, 길드에서 받은 임무라면 아마 그쪽으로 완수를 통보했으리라.

    그러나 모든 임무를 이렇게 처리하기에는 일이 너무 많은 것인지.

    길드에서 받아온 낮은 난이도의 임무들은, 생도들에게 알아서 길드 지부에 보고하라고 미리 알려준다.

    이번 임무도 그런 종류였고.

    거기에 어차피 길드에서 마나석 매입도 해주기에, 우리는 아까 도착했던 마을에 있는 길드 건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우리 넷이 카운터로 다가가자, 접수원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아카데미 생도분들이시군요! 과제인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아마 우리 말고도 과제 때문에 이곳을 찾은 생도들이 있었나 보다.

    “여기요…”

    나는 카운터 위에 의뢰서와 고블린 귀가 담긴 자루를 올렸다.

    그녀가 자루를 열어 잠시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습니다!”

    이윽고 그녀가 의뢰서에 도장을 쾅, 찍더니 내게 돌려준다.

    “저기, 이것도…”

    나는 카운터 위에 다른 자루를 올렸다.

    “고블린에서 나온 마나석입니다. 매입 부탁드릴게요.”

    “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녀가 카운터 아래에서 저울을 꺼낸다.

    자루를 열어 마나석의 품질을 확인하더니, 곧 무게를 잰다.

    무언가 잔뜩 적혀있는 종이를 확인하며 계산을 하더니, 내게 마나석의 대금과 의뢰 완수 보상을 건넨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안녕히 가세요!”

    길드 건물을 나와, 아까 여관에 있겠다고 한 마부를 불러 다시 마차에 탑승하고.

    마차 안에서 보상과 마나석 판매 대금을 넷으로 나누었다.

    “나는 이걸 받을 자격이…”

    “시끄러.”

    이상한 말을 하는 펠리체의 손에 돈을 쥐여줬다.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그녀도 확실히 이번 과제에 참여했으니까.

    이런 계산은 철저하게 해야 한다.

    “이거면 약초를 조금 더…”

    아이네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약초로는 언니의 근본적인 병을 고칠 수 없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아이네도 이제는 알고 있는 사실일 테니까.

    그래도 증상을 완화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려나.

    “제자야, 아까 약속은 취소해도 된다! 맨날 얻어먹기만 했으니, 오늘은 내가 사겠노라!”

    그렇게 말하는 스승님에게 웃어 보였다.

    “오, 기대하겠습니다!”

    ---

    “이번에도 낙찰받았습니다만, 아무래도 최상급이라 가격이…”

    “이미 서류는 확인했다. 최근 시세가 점점 올라가는 것 같더군.”

    “예, 저희가 물량을 끌어모으는 터라 그런 것 같습니다.”

    “쯧!”

    프란츠 발렌슈타인 백작이 집사의 보고에 혀를 찬다.

    “당분간은 구매를 멈추도록. 조사에 들어갈 자금이 부족할 수도 있겠어.”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최상급 마나석은 워낙에 귀한 물건이니, 나올 때마다 어떻게든 구하는 편이…”

    “중요한 것은 조사다. 이건 어디까지나 만일을 대비하는 것이란 사실을 명심하도록.”

    “예, 죄송합니다.”

    집사가 고개를 숙인다.

    “아니, 죄송할 것까지야.”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집사는 전대 백작, 아니 공작의 때부터 발렌슈타인 가문을 섬기던 이였다.

    그러니, 프란츠 백작의 계획에도 동참하고 있었고.

    전대 공작의 죽음에, 그 역시 황실과 제국의 귀족들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자네의 심정도 이해한다. 나 역시 아쉽단 말이지. 조금만 더 모으면 황궁 정도는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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